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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앤 데니스와 강민숙
2013/05/03 Nana & Dennis



작가 강민숙은 규정하기 모호하거나 불확실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사물들의 이질적인 만남을 주선합니다. 고무공과 사다리, 본래의 역할을 잃은 채 작동되고 있는 선풍기, 예상치 못한 미확인 물체의 움직임 등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이해불가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데요, 작가는 이러한 비논리적인 상황을 통해 관람객과 오브제의 새로운 관계, 새롭게 규정되거나 설명될 수 있는 열린 상황을 만들고자 하고 있습니다.

2013년 5월 3일 금요일, 해방촌의 한 카페에서 나나 앤 데니스와 강민숙 작가가 만났습니다.


나나 앤 데니스
강민숙


나: 저희 블로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기존의 시스템이나 매체에 의존하지 말고 우리가 뭔가를 해보자는 것이었어요. 앞으로 미술현장이라는 곳에 발을 디디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네트워크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기존에 전시를 활발하게 하고 계신 분들이나, 강연하고 계신 분들은 이미 너무 유명하신 분들이 많다고 생각했고, 그 안에서는 우리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우리 주변, 또래, 혹은 이제 막 시작하거나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 작가들을 만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일단 시작은 2월부터 했고, 지금까지 두 분을 만났고 이렇게 민숙씨까지 만나게 됐습니다. 

데: 저희가 지금 어떤 컨셉이나 구체적인 개념이 있어서 이런 작가들을 만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사실, 어떻게 보면 출발단계부터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진행하다보면 우리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관심을 두는 어떤 카테고리의 작가들이 형성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고. 또 어떻게 보면 이 친구(나나)와 제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어요. 이것 때문에 가까워지게 된 것도 있고, 이 친구에게 어떤 미술적인 관심분야가 있는지도 알아가게 되고. 저도 이걸 하면서 저에 대해서 조금씩 발견하게 되고. 그런 상태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되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는데요, 지금은 좀 더 편해진 마음으로 관심이 가는 작가들을 찾고 싶고, 만나고 싶은 단계인 것 같아요.

나: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되었지만,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고,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을 작가분들께서 많이 이야기를 해주시고. 우리도 스스로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여러모로, 저희한테는 좋았어요. 이렇게 (민숙씨처럼) 함께 해주시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서로에게 유익한 시간이 되면 좋겠네요. 

데: 다 모르는 작가들이었어요. 처음에 범석씨도 그렇고 혜진씨도. 근데 끝나고 나서도 가끔 연락도 드리고. 또 혜진씨 같은 경우에는 5월 11일에 전시 오픈이 있다고 알려주시더라고요. 인터뷰 후에도 또 이런 관계가 형성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희가 시간이 좀 지나고 콘텐츠가 좀 많아지고 얘기가 많아지면, 작은 결과물, 책이나 전시를 만들어 볼까 생각 중이기도 하고. 나중에 결정이 되면 민숙씨에게 또 연락드려서 여러 가지 내용을 또 상의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강: 좋은 것 같아요. 왜냐면, 그런 또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게 좀 어렵더라고요. 같이 전시한다고 해서 그게 형성되는 것도 아니고. 

데: 얼마 전에도 저희 학교에서 이론과 사람들과 조형과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퍼포먼스 형태의 발표 전시를 잠깐 했었는데, 그런걸 하다 보니까, 같은 스튜디오에 계신 분들도 서로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 같은 학부 출신이 아닌 상태에서 각자 다른 선생님 밑으로 들어가다 보니까 많은 교류가 생각보다 없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작가를 많이 만나고 싶고. 지금 대학원 3학기 째인데, 1학년 때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런걸 많이 못했었는데 올해는 나나와 함께 이런 것도 해보면서, 좀 더 적극 접근하고 있어요.

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강: 요즘에는 주로 공연을 자주 보러 다녔어요. <페스티벌 봄>을 많이 보러 가고, 패키지로 얼리버드 티켓을 구매해서.. 제가 <페스트벌 봄>을 10개 이상씩 봤기 때문에 전시를 볼 시간은 부족했어요. 공연이 저녁마다 있는 거에요. 그래서 사실, 일처럼 보러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경기창작에 내려갈 시간이 없게 되고, 그래서 전시는 더 못 본 이유도 있고.

데: <페스티벌 봄> 공연 중에 어떤게 가장 재미있었어요?

강: 너무 많은 공연을 한 번에 보다 보니까, 감각이 약간 무뎌지는게 생기게 되더라고요. 사실 전혀 기대를 안 할수록 더 좋잖아요. 영진 리의 <우리는 죽게 될 거야. (We’re Gonna Die)> 라고, 카바레 극이었는데 공연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몰랐고, 그리고 이미지만 봤을 땐, 재미있을까라는 이런 생각으로 반신반의했었는데, 무겁지 않으면서도 보는 내내 계속 생각할 수 있는 단서들을 줘서 좋았던 것 같아요. 집에 돌아와서 계속 노래를 따라 불렀어요. 노래 가사를 번역하자면 “난 죽겠죠. 언젠가 죽겠죠, 그럼 사라지는 거죠, 괜찮을 거예요...... 지금 살아 있지만, 영원히 살 순 없죠. 서로 아프지 않게 지켜줄 수도 없어요…” 이런 가사가 담백하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흘러나와요. 사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이야기와 슬프지만 유쾌한 리듬이 오묘하게 어우러지는 공연이었어요. 특히 공연 마지막 인사까지 인상적이었어요. 

데: 혹시 민숙씨는 그런 퍼포밍 아트쪽으로 가실 생각은 없으신거에요?

강: 제가 직접 퍼포머가 되는 건 좋아하지 않고요. 성향적으로. 그런 것을 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런 연극적인 요소들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에 <페스티벌 봄>을 일부러 찾아서 본 거긴 해요. 그 전에 전통적인 연극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제가 좋은걸 못 봐서 그런지 몰라도, 몰입이 좀 안 되는 거에요. 드라마가 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네러티브가 있는 연극에는 흥미가 잘 안 생겨서요. 그런데 <페스티벌 봄>에서 하는 것들은, 제가 하는 작업과 어떻게 보면 맞닿아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그리고 최근에 <(  )를 위한 무대>라는 전시를 인미공에서 하게 되면서, 조금 더 그런 부분에 관심이 생기고, 좀 직접 보면 어떨까. 실망할 부분도 있을 거고, 생각보다 좋은 부분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사미술공간 <(  )를 위한 무대>전 링크

데: 작업 준비하시고 그럴 때, 아이디어 드로잉을 하시는 편이세요, 글을 쓰시는 편이세요? 어떠세요?

강: 드로잉은 많이 안 하는 것 같고. 드로잉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카페에서 앉아 있고, 뭔가 전형적인 옛날 아티스트의 모습은 아니고, 정신이 없으면 좀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좀 가만히 있어야 해요 저는. 사람들은 쟤 뭐 하고 있지? 이럴 수 있지만. 드로잉은 없고, 그냥 단어 같은 거 몇 개 쓰고 그래요. 여기서 단어라는 건 다양한 것을 함축하고 있는 일종의 시어와 같아요. 또, 평소에 스스로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해요.

  데: 그런 마음의 세팅이 좀 되면, 이제 바로 후다닥 하시는 편이세요? 아니면, 힘들게 힘들게 마지막까지 해가시는 편이세요?

강: 되게, 작업을 진행하기 이전에는 꼼지락거리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제 작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만들 거는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시간이 좀 길고, 움직이기 전까지 시간이 되게 길거든요. 

데: 그 전에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시간이 좀 완성이 되면, 그 다음에 작업을 하는 편이시군요?

강: 아이디어를 완성한 후 진행하는 편이라기 보다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이면 다양하게 실험하면서 진행하는 편이에요. 하면서 기술적으로 시행착오가 있는 것들. 힘든 부분도 있는데 기술적으로, 근데 그런 부분은 누구나 다 있는 거니까. 모르는 거 있으면 책도 찾아봐야하는 거고. 

데: 책 얘기하셨으니까, 혹시 도움을 받으셨거나 재미있었던 책이 있나요? 아님 직전 전시와 관련해서 읽은 책이라든지. 

강: 이번 인미공 전시는 기획이라는 틀이 좀 강한 전시잖아요. 그리고 준비하는 시간도 되게 짧았어요. 거의 1월 초인가 2월 초부터 작업을 해야했기 때문에, 압축적으로 시간을 활용했어야 했어요. 그 때, 내 작업의 기본 방향이 있고, 기획이라는 방향이 있잖아요. 이 기획이라는 방향에 무조건 맞추기보다 기존에 관심있는 작업의 방향이 이 기획에 잘 얹혀서 갈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야 했어요. 그 전부터 저는 관계, 공간 안에 놓인 오브제끼리 혹은 관람객과의 관객, 이런 거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연출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을 조금 더 활용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실험 연극, 포스트 드라마, 이런 책들을 좀 찾아봤어요. 오브제들을 구상하거나 배치하기 전에는 그런 것들을 좀 찾아봤죠.

나: 잠깐 언급하셨지만, 처음에 기획을 하셨던 분이 제안을 하셨을 때, 기획의 방향과 내 작업이 얼마나 맞을까라는 그 고민의 과정이 궁금해요. 어느정도 맞았기 때문에 수락을 하신건지, 아니면 어쩃든 일단 전시가 들어왔으니까, 이 안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볼까 이렇게 하신건지. 

강: 벌써부터 작업 스타일을 확고히 유지하고 견고히 자리매김 하기 위한 노력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인터뷰 제안이 들어왔듯이, 기획 전시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그 안에서 어떻게든 내가 풀어낼 수 있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것에서 또 다른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기존의 내 작업을 여기에 맞나 안맞나 이걸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나를 조금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겠다, 그런 생각으로 수락을 했던 것 같아요.

나: 그럼 결과적으로는 어떠세요. 작업 발전이나, 좀 도움이 된 것 같나요? 중간중간 작업 과정에서 느꼈던 지점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또 이게 개인작업이라기 보다는 거의 협업 같은거였잖아요.

데: 네, 다른 작가들과의 밸런스문제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강: 다른 작가들과는, 내가 2층을 하겠느니 1층을 하겠느니 그런 식의 얘기가 오고 갔고, 그 뒤에는 사실 터치할 일은 없었어요. 왜냐면 각 층마다 각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가 되어 있잖아요. 공간 안에서 섞이는게 아니라. 그러다보니까, 층을 결정하는 문제 외에는 작가들과 다른 문제는 없었어요. 그런데 이 전시가 기획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직접적으로 좀 부딪히는 관계의 전시였잖아요, 서로 협업하고 주고 받는게 많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전시의 기회가 앞으로 많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적극적으로 서로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그 전에는 많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이미 다 되어 있는 기획에 누구누구 해라 하면 기존의 작업을 가지고 오는 것들이 많았죠. 인미공 전시는 즉흥적으로 공간안에서 제가 한 거였지, 다른 작업실에서 제가 가지고 온 것은 아니었어요. 저는 그러니까 그런 스릴을 즐기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재미있어요. 시간도 없고 촉박하긴 한데, 그 긴장감이 좋은 것 같아요. 

나: 저도 민숙씨가 보내준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전시 경력을 좀 유심히 봤어요. 왜냐면 제가 아는 게 몇개 밖에 없으니까. 그러면서 이 인미공 전시가 그 전에 했던 전시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 전에는 말씀하신대로, 어떤 다른 작가와의 관계나, 기획자와의 관계가 많이 중요하지 않은, 물론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 전시보다는 덜 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전시가 민숙씨에게는 좀 의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변화라든지, 중요한 지점이 됐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강: 네, 그런 부분에 있는 전시인 것 같아요. 그 전과는 좀 다르게.

나: 그럼 앞으로 이런 전시의 기회가 앞으로 또 있다면 해보고 싶으신거죠?

데: 즉흥성이나 공간성을 담고 있는 전시 같은 것들이요. 

강: 네, 그런 전시를 좀 해보고 싶은 것 같아요. 수동적인 것 말고 좀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에너지 같은거 있잖아요. 전시를 하면서 나도 즐겁고. 물론 힘들겠지만 즐거울 수 있는.  서로 다른 에너지들이 모여서 새롭게 보여주는게 좋을 것 같아요. 매번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작업을 내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이상적 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그 상황에 맞게 해야 될 것 같아요. 수동적으로 임하기보다 능동적으로 임하는 것이 현재는 더 흥미 있는 것 같고. 그렇지만 매번 작업이 공간에 맞춰서 변화되는 것은 조심해야 하는 것 같아요.

나: 에너지가 모인다는 표현이 좋네요.

  데: 그럼 2층 하셨잖아요. 그건 어떤 기준으로 정하신거에요. 큐레이터분의 의견이 들어간건지, 아님 작가분들끼리 정하신건지 궁금하네요.

강: 사실, 인미공에서 가장 특이한 공간이 2층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내가 기존에 하던 전시를 보여줄 것이 아니고 화이트 큐브와 같은 공간에서 하고 싶지 않았고, 내가 굳이 지하1층을 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뭔가 새롭게 하고 싶은게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2층이라는 공간이 되게 크고 어렵겠지만, 내가 새롭게 해보고 싶은 단계에서, 지하나 3층을 맡는 것보다는 2층을 맡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히려 다른 작가님들은 그 2층을 피하셨던것 같아요. 그래서 선택하게 됐어요.

데: 작가로서, 전시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큐레이터와 작가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다 좋다고 하는 게 좋은 사람은 아니니까요. 어떤 부분에서 어떤 역할이 필요한 건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작가 입장에서요.

  강: 지금까지 경험에서 봤을 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일단 전제가 되어야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기획자나 작가들 각자의 욕심이라는게 있잖아요. 기획자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작가의 작업에 대한 대략의 스케치가 있으면, 이 정도는 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 기대에 부응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을거고. 근데 그런 과정 중에 재촉을 한다거나, 뭔가 그렇게 한다면 (물론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 좋겠지만)어떻게 보면 작가의 입장에서는 작업하는 데 조금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대화하고, 일단 하기로 했으면 서로 믿어주고, 책임감을 갖고 서로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서로의 선을 잘 지키게 중요한 것 같아요. 

데: 네,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고, 기획자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욕심이 들어가는 순간, 관계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페스티벌 봄> 김성희 디렉터도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일부에서는 지난 번 했던 작가가 왜 또 나왔냐 이런 비판도 있지만, 민숙씨가 말 한 것처럼, 큐레이터로서 선택을 했으면, 전시에 참여 시키겠다라는 의지로 기획자가 끌고 왔으니까, 그 작가가 여기에서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끝까지 믿어주고 옆에서 보호막을 쳐주는 역할이 제일 중요한 역할이라고 하더라고요. 나나 앤 데니스 인터뷰를 하면서 저희도 항상 생각하는것이, 우리도 어느정도는 드러나야겠지만, 저희는 약간 조미료 같은 역할이고, 작가의 얘기나 작가의 생각과 작업에 초점이 맞춰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어서 늘 신경을 쓰고 있어요. 이 작가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연구를 했고, 또 얼마만큼 잘 알고 있다를 드러내는 것 보다, 우리가 만난 작가가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얼마만큼이나 잘 전달할 수 있는지. 그게 중요한 역할 인 것 같아요.

강: 작가의 태도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믿어주는 만큼 책임감은 기본인거고. 작가나 기획자라는 것이 권력인 것처럼, 주도권이 자기한테 있는 것 처럼 해서도 안되는 것 같아요. 근데 조금 그러기도 쉽잖아요. 서로 침범하기 쉬우니까. 그래서 욕심이 많이 생길수록 힘을 빼는게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나: 힘을 빼는거. 근데 쉽지 않죠. 

데: 나나한테도 얼마전에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나나 앤 데니스라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이어지는 프로젝트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는데, 제가 걱정했 부분은, 다른 작가분들이 저희의 과정을 어떤 아티스트의 작업에 다른 작가가 들어가는 개념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염려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미술이론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인터뷰 듀오라는 것을 강조하는게, 이게 어떤 우리의 예술적인 작업 맥락이 아니라는 것이죠. 잡지와 기존 매체에서 다루지 못하는, 좀 더 많은 분량의 페이지들을 할애할 수 있는 열린공간으로 지향하고 있어요. 

나: 저는 약간 인터뷰 하기전에 걱정을 많이해요. 나 이 작가 작업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을 이야기하면, 늘 데니스는 괜찮다고 해요. 저는 걱정을 많이하는 스타일인데 데니스는 또 안 그런 스타일인거에요. 근데 방금 데니스가 말했던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이런 부분 대해서 데니스가 그렇게 걱정할 필요없고, 부담 가질 필요없다라고 얘기를 했나보네요. 

데: 이전 작가에게도 이야기를 했지만, 저는 원래 미술을 하던 사람이 아니었어요. 경제학을 했던 사람인데요. (웃음) 갑자기 낯설어지죠. (웃음)  미술로 넘어오면서, 아까 제가 대중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도, 동시대 작가의 입장을 어떻게 더 알릴 수 있을까 고민을 해요. 제가 지양하는 부분은, 그냥 미술계가 스스로 컨텐츠를 쪼개먹고 끝내버리는 파이만을 만들어 낸다면, 맨날 그 맛이 그 맛일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파이의 양적인 성장만을 하자라기 보다는, 조금 더 여지를 열어두고, 뭔가 더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보자라는게 나나 앤 데니스 인터뷰의 출발이자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인드를 좀 가지고 있어요. 

나: 사실, 이렇게 작가들이랑 이야기하고 조금만 더 관심있게 보면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너무 미술얘기만 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약간 포장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조금씩 열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하는 사람이 필요하고요.

데: 저희가 계속해서 인미공 전시나, 민숙씨와 관련된 것들을 찾아봤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작업, 이 작업이 제일 재미있고. 저도 이 작업에 관계성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민숙씨가 보내준 포트폴리오나 스테이트먼트에서 "열린 관계를 지향한다"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더라고요.  이런한 작품들도 그렇고, 규정되지 않은 모호함의 사이에서 관계성을 발견하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요, 어쨋든 저는 이 작업에서 관계성이라는 개념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해요. 그 "열린 관계"라는 것이 공간 안에 들어왔을 때, 관객에 의해서 이 작업이 완성이 되는 것 같기는 한데요. 그럼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되는 관객과, 이 오브제는 어떠한 관계성이 있는건가요?

강: 저는, 일단 이게 빙산이나 유령같은 느낌으로 만든 거에요. 관객들이 호기심을 갖고 움직이게 될 때, 오브제가 움직이면서 공간 안에서 서로 주변을 서성이게 되죠. 그래서 이 오브제가 뭔지 궁금해하고, 그런 관계성를 연출한거라고 생각을 해요. 뭔가 부유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만히 있는것보다 조금씩 (오브제가 과하게 움직이지는 않으니까)서성이게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 작업이 열린구조다 이런 얘기도 하는데, 저는 단정짓는 것을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열린 구조라는 말을 쓰는는 것 같아요. 내 작업이 문장으로 전달되지 않고, 왠지 단어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요. 아니면 메세지가 아니라 상태, 상황으로. 그러다보니까, 물질을 선택할 때 있어서도 뭔가 강하고 존재감이 있는 것 보다는, 조금씩 움직인다거나 공간안에서 끊임없이 변하게 되는 재료를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선풍기도 그렇고, 눈에 보이지 않은 비물질에 관심을 갖게되요. 자꾸 작업이 해체되어 가고 있는 느낌을 받는데, 좀 눈에 안보이는 것,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데: 그런것의 연관성이 그 영상작업 에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영상안에서 계속 비닐봉지가 떠돌아 다니는데, 이것도 어떤 비물질적인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인가요?

강: 이건 되게 옛날에 한 작업이긴 한데, 이 때는 잘 몰랐어요. 작업을 할 때 이런 것에 관심이 있어서 한다기 보다는. 이 영상은 길을 가다가 비닐봉지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는데, 제가 그냥 거기에 끌렸고. 그 끌리는 것을 집요하게 집중하고 다가가는 거에요. 이게 제가 두번째로 찍은 영상이었는데 마음 가는데로, 어떤 계획을 갖고 찍었떤 영상은 아니었어요. 

데: 어떻게 보면, 민숙씨는 드로잉이나 오브제로 뭘 보여주려고 하는 것 보다, 상황적인 부분, 내러티브 있는 연극은 아니지만, 극적인 느낌이 담겨져 있는것을 드러내는 것 같아요.

나: 근데 어떻게 또 생각해보면, 어떤 상황이나 상태, 규정되지 않은 그런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어하시는 것은 알겠지만, 사실 작업들을 보면, 눈에 오브제가 확 먼저 들어오긴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오브제보다 그런 상황적이고 극적인 것, 연극적인 것을 드러낼 수 있는 지점이 더 나타난다면 민숙씨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움직이는 빙하도 처음에 보고 오브제의 조형적인 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인터렉티브 아트?' 혹은 '작품과 관객의 관계'? 그런 것을 이야기하려는건가 이렇게 단순하게만 생각을 했어요. 근데 민숙씨가 얘기 하는것을 들어보면, 일반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작품과 관객의 관계의 상황 혹은 (새로운)모호한 상황을 다시 한번 연출 혹은 재연출하는 그런 맥락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연출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은데,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좀 더 새로운 지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거에요. 그 지점들을 보여줄 수 있다면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네요. 

데: 그럼 앞으로는 이런 설치, 조형으로 작업이 계속 이어질까요? 아님 영상? 어떤 쪽으로 매체가 선택될 것 같으세요?

강: 그런 걸 사실 구분하진 않아요. 근데 제가 2010년 이후로는 영상 쪽에 손이 가질 않아요. 내가 딱 안하겠다. 이런 것은 아닌데, 영상으로 내가 뭘 보여줄 수 있는지 스스로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그 부분에 좀 고민이 있고, 오히려 연출된 상황이나 관계를 보여주는 것에 있어서는 설치가 더 적합한 것 같아서 관심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지금 현재까지는요. 그런데 나중에는 영상으로만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는 영상을 또 쓸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데: 민숙씨 인터뷰하기 직전에, 나나랑 미술계가 한국 안에서 너무 지지고 볶고 하는 그런 느낌도 있는 것 같다라는 얘기를 했어요. 또 한편에서는 요즘에 되게 다들 비슷비슷한 작업들이 나오는거 아니가 싶기도 하고요. 너무 다 유사한 것들이 많아지는 작업들 밖에 없지 않냐는 거에요. 정말 새로운 것이 뭔가 궁금하고. 과연 넒게 생각했을 때, 동시대 미술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뉴욕이나 유럽에서는 과연 한국에서 이런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 같은 형태의 작업들을 그곳에서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게 돼요. 우리끼리만의 얘기를 하고 있는건 아닌가. 과연 동시대 현대미술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건지 찾아보고 싶어요.

강: 내 또래 비슷한 애들에게, 우리보다 좀 더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은 적 있는데요, "되게 너네는 모범생이다. 무기력하거나 소심한 세대다" 라고 얘기를 하시는 거에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고, 우리를 묶을 수 있는 단어들이 그럴 것일 수 있겠지만, 그게 그렇다고 기성세대들과 다르다고 해서 모범생적이거나 소심하거나 그런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그걸 그냥 그런 애들인가보다라고 이해해주고, 그 안에서 작업을 하다보면 비슷한 감성, 공통된 감성이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그거를 비슷하다 아니다 혹은 오리지널리티로 구별할 수 있는 상황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 근데, 다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리티와 관련해서, 기존에 있었던 어떤 비슷한 맥락의 것이나  기존에 했던 것을 잘 살펴보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게 필요한 것 같아요. 무책임이라는 말이 좀 그렇긴 하지만, 나는 아니다, 나의 상황은 이렇기 때문에 이렇게 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시각적인 매체로 보여주는 것이 잖아요. 또, 기록으로서 남는 것일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지점에서는 조심해야하고. 그러한 지적이나 문제 삼는 지점들을 빨리 인정하고, 극복해나가려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긴해요. 그래서 첫 번째 범석씨 인터뷰 할 때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작가들이 너무 공부를 안하는 것 같다라는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을 드렸더니, 분명히 미술사나 역사적인 공부를 통해서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건지 알아야하고, 또 과거에 누가 했던 어떤 지점을 내가 똑같이 또 말하고 있다면, 그것은 별로 의미나 매력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을 했었어요. 저도 그 지점이 정말 중요한 점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조범석 인터뷰 링크

데: 저희도 물론 마찬가지고, 내가 어디에서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기의 위치성에 대해서 고민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나: 그렇다면 누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분명히 알아야하는 것이고.

강: 그래서 공부랑 작업이랑 같이 병행되어야 하는건 기본인 것 같아요. 

나: 어렵죠. 그게 뭐 누가 뭘 했는지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강: 시간이 필요한 거고. 또 너무 빨리 바뀌고 정보가 많으니까. 그것을 빨리 습득해야하는데. 

나: 그래서 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데: 정보가 너무 빠르게 돌고, 내가 흡수하고 이해해야하는 양이 많아지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작가로서 어떤 스테이트먼트를 만들고 구축해 나가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작업이 20대 초중반에 얼마만큼 많이 나오고 이런게 중요한게 아니라.

강: 작업을 한다면, 평생 그래야죠. 항상 병행해야하는 것 같아요. 20대 끝내고, 30대 끝내고 이런게 아니고요. 

데: 그밖에 활동 하셨던 것들 이야기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동방의 요괴들'에 지원하셨던 것이나 '퍼블릭아트'에서 상을 받게 된 것들이 궁금했어요. 저희는 잡지를 통해서 어떤 작가들이 뽑혔고 심사는 어느 분이 하셨구나 정도만 알지, 작가들이 어떤 마음으로 지원하는지는 잘 모르거든요. 어떤 생각을 갖고 하게 되셨나요?

강: 그게 조금 모순되는 것 같긴해요. 저와 같이 작가들에게는 누구나 다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아요. 졸업을 하는데 대학원을 안 간 상태에서, 첫 발을 딛고 도전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지원하게 됐고, '퍼블릭아트'도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지원했어요. 다음해에 1년동안 전시 스케줄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었으니까요. 물론 더 많은 곳에 지원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것들만 알려진 것이죠. 요즘 들어서 생각하는 건데 조심해야 된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데: 어떤 부분에서요?

강: 내적으로 공모를 내는 것이 충돌되는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는 필요하고 이것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모전이라는 시스템에 내가 들어가려는 것이 무엇인지 반문하게 되고,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율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렇다고 또 너무 가만히 있을 시기는 아닌 것 같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야 되고,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그런 기회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조율을 스스로 해야 할 것 같아요. 공모 자체를 다 나쁘다고 부정 할 수 없고, 공모를 안 한다고 좋은 작가라고 할 수 도 없으니까요.

데: 어떻게 보면 공모나 매체의 기회에 참여하게 되면, 매칭이나 크리틱의 경험도 가질 수 도 있고, 전시가 연계될 수 도 있고, 자기 작업에 대해서 점검이 되는 시기가 될 수 도 있으니깐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빈번하게 그런 것에 너무 나온다면 또 문제가 될 수 도 있겠지만요. 경기창작 지원하신 것도 새로운 도전의 취지에서 지원하신건가요? 아니면 레지던시에 참여해보고 싶으셨기 때문에 하신 건가요? 

강: 사실은 작업실이 필요했어요. 제가 작업실 없이 잘 버텼어요. 그런데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작업실이 필요했고 레지던시에 들어가서 작업 활동을 하는 경험도 필요했고요. 그리고 또 그 안에서 작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도 해서 지원하게 됐어요. 경기창작센터 홈페이지 링크

데: 그럼, 이번에 레지던시 입주하면서 어떤 기대감 같은 것을 가지고 계시나요? 어떤 식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있다거나?

강: 아직 얼마 안된 상태이긴한데, 일단 경험을 해보는 것은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물론, 공간 때문에 가는 것만은 아니었고, 새로운 공간과 환경에서 작업을 해보려고 한 것도 있으니까요. 너무 익숙한 공간에 있으면 무뎌지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그 공간이 좋든 안 좋든, 이 사람이 좋든 안 좋든 내가 만나면서 느끼는 거나,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면서 배우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좋다 나쁘다고 구분 짓는 것 보다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게 되는 것 같아요. 

데: 저희도 작가분들 만날 때 마다. 세 번째 만나지만, 다음 스케줄이 잡히기 전까지 여러 작가들을 연락해보고 고민하는데요. 꼭 인터뷰가 성사 되지 않더라도 새로운 관계를 만들고, 또 우리의 관심을 알아가는 과정들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전에 작가들과는 어떤 부분의 이야기를 많이 했으니깐, 이번에는 다른 것들을 좀 더 찾아보자 해보는 것 같아요. 

강: 작업하는 사람과 이론하는 사람이 엄청 다른 것 같지는 않아요. 각자에 맡은 역할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태도나 그런 점은 비슷한 것 같아요.

데: 경기창작센터에서는 (대부도 인근)그 주변 사람들하고 관계가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어요. 커뮤니티 활동 같은 거요. 작가로서 그러한 제안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하실거에요?

강: 계약을 할 때 몇 가지 조건들이 있기도 해요. 커뮤니티 아트 사업이 들어오긴 하는데 강요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리고 그것을 한다고 해서 좋은거고 안 한다고 나쁜건 아닌것 같아요. 작가마다 작품이나 상황, 시기 같은 것 들이 있으니까요. 제가 느끼기에 저에게 들어온 제안들은 아직 제가 감당하기에 어렵거나, 아직 제 작업이 정리되지 않은 면들이 많았기 때문에 수락하기 어려웠어요. 그것들을 해서 분명히 얻는 것들이 있는데, 제가 기존에 했던 작업에 신경을 좀 덜 쓰게 될 것 같고, 같이 진행 하면 좋겠지만 그 주제가 잘 맞아야 할 텐데. 그런 부분도 어려운 것 같아요.

데: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공공 부분의 레지던시 지원사업의 경우는 커뮤니티적인 요소들을 빼놓고 얘기하는 것을 보기가 드문 것 같아요. 서울문화재단도 그렇고요. 그것이 작가의 작업과 연관성이 있거나 하면 괜찮겠지만, 그렇게 되기가 어렵거나 작가가 그것을 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그것이 또 계약 조건상에 꼭 해야만 하는 것으로 들어간다면 더 힘들 것 같기도 해요.

강: 경기창작센터의 경우 꼭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긴 해요.

데: 작가의 자율성의 부분이 걸리는 것 같아요.

강: 네, 뭐 공짜로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러한 조건들을 당연히 알고 들어가는 것이니깐, 내가 그곳에서 조절을 잘하면 되는 것 같아요. 뭐든지 그런 것 같아요. 균형을 잡고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어려운 것 같아요.

데: 저희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다보니깐 좀 더 자유롭고 친근하게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에 일적으로 만났다면 지금처럼 이런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나누지 못했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앞으로도 미술계에서 계속 일 하게 된다면 지금의 시간들이 굉장히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분들이 어떤 생각들을 갖고서 저희를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들을 갖고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데: 저희가 매번 진행하는 것인데요, 질문 혹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포스트잍에 적어서 주시면(2~3개씩), 서로 답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그리고 그 중 하나를 민숙씨가 선택하시면 다음 작가에게 물어볼 예정이에요. 

강: 저는 “전시장에서 겪었던 사건, 상황 중 기억에 남는 것”을 골랐어요. 제가 먼저 이야기하면, 저는 이번 인미공 전시 중 인미공 페이스북 올라온 제 작업 이미지에 “이것도 예술 작품입니까?” 라고 누군가 올리신 거에요. 저도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 됐는데요. 당황스럽긴 했어요. 다른 작가분들 이미지에는 좋아요 만 누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것을 일하시는 인턴분이 보시고 알려주셨어요. 너무 난감한 댓글이어서 다들 고민을 했어요.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저도 딱히 뭐라고 대답을 해주기가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어느 인턴분이 “네 인미공에 오셔서 직접 보시는건 어떨까요?” 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기억에 남아요.

나: 저는 국제 갤러리에서 <루이스 부르주아> 전시를 했었을 때, 엄청 큰 조형물이 천장에 달려 있었는데 제가 앞을 안보고 가다가 그 조형물에 머리를 세게 부딪쳤어요. 엄청 큰소리가 낫죠. 아마 그 작품이 엄청 비싼 것이었겠죠. 그래서 지킴이랑 직원들이 놀라서 전시장으로 와서 저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작품을 걱정하더라구요. 소재가 스틸, 강철 같은 소재였는데, 작품이 다행이 손상되지는 않았지만, 저도 제 자신이 너무 황당했어요. 

데: 저는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도슨트를 하고 있는데요. 어떤 부부와 자녀 2명이 와서 그분들에게만 도슨트를 한 적이 있어요.  좀 난해한 작품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집중을 안 하니깐 다그치시면서 “집중해서 봐 이것도 예술이야” 라고 하시면서 아이들을 보게 하시더라고요. 아이들은 미술관에 와서 뛰놀고 싶은데, 그러다 보니 작품을 보기보다 놀고 숨고 그런 공간으로 느끼나 봐요.

데: “추천할 만한 혹은 관심이 있는 공간이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강: 사람들은 편하고 익숙한 공간만을 가게 되잖아요. 카페도 그렇고 전시도 믿음이 가거나 익숙한 곳만 가게 되고. 내가 모르는 다른 공간들이 있나 싶어서 이런 질문을 해봤어요.

데: 저 같은 경우는 지난 겨울에 홍대에서 국제미술제<72-1> 전시가 있었는데 홍대부속초등학교 건물 교실 공간을 활용해서 했던 전시가 인상적 이였어요. 저는 요즘 일상적인 공간이나 미술 제도 밖에 있는 공간에서 전시를 하는 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어요. 새로운 것들을 추구만 하는 게 좋은 것인가 싶기도 하고요. 원래 있던 규정된 틀 안에서 작업을 하거나 전시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아주 전통적인 미술의 방식 안에서 기획을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나: 저는 구체적으로 딱 떠오르지는 않은데요. 제가 사는 곳 주변인 대학로 낙산 공원 터에 오래된 아파트가 있었는데, 그 곳에 공원을 만들면서 거주하고 있던 주민들과 마찰이 있었어요. 결국은 거주자들이 모두 나가고 공원을 조성하게 되었죠. 아마 데모를 하면서 누군가가 죽었다는 얘기도 있고. 거의 강제적으로 나간 사람들도 있나봐요. 지금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원이 됐지만, 현재 공간에서 바뀌기 전의 과거의 시공간이나 사건을 추모하고 되돌아 볼 수 있는 전시나 기획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은 잘 지어진 아파트나 빌딩들이 많은데 그것 이전의 공간이나 시간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너무 진부한 것 같기도 하긴 하지만요. 

데: 진부한 주제를 새롭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기존의 틀 안에서도 꿈틀하는 게 중요하죠.

나: 청계천을 복원하긴 했지만, 그것이 나쁘다기 보다, 물리적인 복원의 방법이 아니라, 그러한 방법을 쓰지않고 예전에 것들을 끌어올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해치지 않지만 새롭게 보일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요. 

강: 저희 학교 안에 폐수영장이 있었어요. 예전에 교수님들 학생시절에는  그곳을 야외수영장으로 쓰시던 추억의 장소였나 봐요. 그런 공간에서 미대학생들이 기획해서 전시를 했었는데요. 그 공간 자체로 매력이 있었어요. 기억에 남는 공간이에요. 

    나: 다음 질문은 “미술을 하며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누구인가요?” 인데요. 작가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인물일 수도 있구요. 저는 대학교 때 지도교수님 기억에 남아요. 어떻게 보면 그분 때문에 미술계에 계속 있게 됐어요. 기획도 하시고 작업도 하시는데요. 이론을 하시는 사람보다는 작업하는 사람의 마인드로 이론을 계속 접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문으로서 공부보다 삶으로서의 공부, 또 그에 대한 태도에 대한 강조를 많이 해주셨어요. 공부라기보다 감각적으로 살기,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고민하기와 같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그리고 그분의 삶을 보면 말로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살고 계시는 거에요. 언행이 일치되는 분인 것 같아서 저도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데: 지난 번 만났던 조혜진 씨가 다음작가를 위해 “전시를 해보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요?” 라는 질문을 뽑아 주셨어요. 

강: 저는 국내에서만 전시를 해봤었잖아요. 그래서 해외에서도 전시를 해보고 싶은데, 그게 해외에 뻗어 나가겠다 그런 것 보다. 한국에서와는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해외에서 전시를 하게 됐을 때 발생되는 것들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가장 기초적으로 해외로 작품을 옮기는 것, 해외 큐레이터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그곳 작가들의 태도들 등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보고 싶어요. 해외에서 전시를 해봄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요소들이 제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런 생각들을 해보고 있어요. 

나: 그렇다면 해외로 진학을 한다든지, 활동 계획도 있으신가요?

강: 그런 마음은 있는데요, 유학 생각도 하고 있고요. 조만간 준비가 되면 가고 싶기도 해요. 우선 한국 대학원에 지원을 할 것 같아요. 워낙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종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들이 많기 때문에, 사실 마음만 먹는 다면 기회는 되게 많은 것 같아요.

데: 만약에 해외에서 공부를 한다면 가보고 싶은 나라나 도시가 있나요?

강: 마음은 파리인데, 가야 할 곳은 독일인 것 같아요. 특히 독일은 음악, 연극, 미술, 철학 등 다양한 장르가 균형있게 발전 된 나라라고 생각해요. 

나: 혹시 민숙씨가 저희에게 궁금했던 것들이 있을까요?

강: 아,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시는 지 궁금해요. 저 같은 경우는 작업하는 동료들하고는 잘 알고 지내는데 다른 분들하고는 사실 잘 모르고 지냈거든요. 

데: 저희 같은 경우는 학교 복도갤러리를 운영하면서 이론과와 조형과의 교류를 만들어 내는 과정들도 있어요. 

나: 사실 정해진 학교 수업이나 교과 과정에서 그렇게 교류하도록 해주는 게 많지는 않지만, 저희가 스스로 만나야겠다거나 알아가야겠다는 태도들이 저희 동료들은 좀 강하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 학교 갤러리를 통해서 전시를 선보이기도 하고, 어떤 만남의 장을 만들려고 내부적인 움직임이 조금씩 있는 것 같아요. 저희 같은 경우는 그렇게 스스로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필요성을 느끼고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데: 자주 만나보고 해야 될 것 같아요. 책만 보고 강의실에서만 있다가 학교가 끝날 수 도 있잖아요. 다양한 경험을 앞으로도 해보고 싶네요.

나 & 데: 길게 인터뷰 해주시느라 너무 고생하셨어요. 만나게 돼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강: 저도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 2013 나나 앤 데니스 강민숙